미국 법무부에서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걸었다 (2024.3.21)
3월 21일, 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및 뉴저지,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메인, 미시건, 미네소타, 뉴햄프샤이어, 뉴욕, 노스다코타, 오클라호마, 오리건, 테너시, 버몬트, 위스콘신 주정부 및 컬럼비아 특별구(District of Columbia)가 뉴저지 지방법원에 애플 사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습디다. 이 소장에서는 애플 사가 스마트폰 및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하거나 혹은 독점하고자 시도함으로서, Sherman Act의 제2조 및 뉴저지와 위스콘신 주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side> 💡 Sherman Act란? Sherman Antitrust Act는 1890년 미국에서 제정된 연방법으로 거래를 제한하거나 독점을 위한 모든 계약이나 공모를 규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률이며, 미국 독점규제법의 기초가 되는 법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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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서명란을 포함하여 총 88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장에서는 애플 사의 사업 연혁과 업계의 배경부터 시작하여, 수년동안 애플이 관여한 다양한 반경쟁적 행위가 자세히 설명되어있고, 애플 사의 직원 및 경영진의 발언도 인용하여 애플 사의 역사를 공부하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Sherman Act 제 2조는 “반독점 행위”를 규제하고 있으며, 그 조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여러 주 또는 외국과의 무역 또는 상업의 일부를 독점하거나, 독점하려고 시도하거나, 다른사람과 결합 또는 공모하여 독점하는 행위는 중범죄로 간주되며, 유죄판결시 법인의 경우 1억달러 이하의 벌금, 자연인 혹은 기타의 경우 100만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0년 이사의 징역, 혹은 법원의 재량에 따라 상기 2개 형의 양벌에 처해질 수 있다. “
전통적으로 미국 법원들은 해당 2조의 반독점 행위 요건을 (1) “관련 시장(relevant market)”에서 “***독점적 지위(Monopoly Power)”***를 보유하며, (2) 고의적으로 해당 독점적 지위를 획득(acquisition)하거나 유지(maintenance)하는 것으로 해석해왔으며, 이번 애플 사 대상의 소장 역시 해당 요건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관련시장(Relevant Market)
이번 소장에서 법무부 및 주정부들은 “관련시장”을 정의하기 위해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며, 파생되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하는 것이 수반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는 관련시장을 3개의 레벨로 나누어 분석하였으며, 애플 사가 3개의 시장에서 모두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1)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
소장에서는 1단계 시장으로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을 언급하였습니다. 고성능 스마트폰의 경우 일반적인 저가의 초기진입단계 수준의 스마트폰에 대비하여 가격이 상당히 높으며, 이에 따라 선불/일시불 방식이 아닌 분할납부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해당 분할납부 기간동안 “묶어두는” 형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당한 기간동안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2) 스마트폰 시장
소장에서는 2단계 시장을 “스마트폰 시장”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스마트폰은 “피처폰”과 달리 인터넷, 제3자 앱등을 제공하며, “태블릿, 스마트워치, 노트북”과는 기능, 크기 및 휴대성에서 큰 차이를 보여 상호 대체재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애플 사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3) 미연방 전역 시장
소장에서는 지역적으로는 미연방 전체를 3단계 시장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일반적으로 이동통신사와의 결합을 통해 사용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미국 내 모든 통신사가 애플 사의 스마트폰 판매 및 지원에 관여하고 있으므로, 미연방 내 모든 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독점적 지위(Monopoly Power)
법무부 및 주정부들은 애플 사가 스마트폰/고성능 스마트폰의 가격을 통제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경쟁사를 배제할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각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미국 내 70%이상)는 점과 진입장벽, switching cost, 네트워크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시장 내 점유율보다도 훨씬 높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 애플 사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그 예시로 해당 시장에 진입하려 했던 아마존과 HTC, LG의 실패를 거론하기도 하였습니다.
독점적 지위의 획득과 유지를 위한 행위
법무부는 애플 사가 i) 앱 배포에 대한 계약상의 제한을 선별적으로 시행하고 '앱 검토' 프로세스를 통제하며, ii) 메시징, 스마트워치 및 디지털 지갑에서 크로스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API에 대한 앱 개발자의 접근을 거부함으로써 스마트폰 및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했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법무부는 애플 사가 단기적인 이익을 희생하고 삼성과 같은 경쟁사 기기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혁신을 막아 자사 플랫폼을 둘러싼 장벽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 도리어 기기의 품질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계약 제한 / 앱 검토 프로세스
슈퍼 앱: 슈퍼 앱은 사용자에게 앱 내의 "미니 프로그램"("미들웨어"와 유사)에 대한 액세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개발자와 사용자가 경쟁 기기에서 슈퍼 앱에 액세스할 때 애플 사의 앱스토어를 우회하고 사용자 전환을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애플 사가 중개 중단을 우려하여 슈퍼 앱 개발자의 API 액세스를 차단하여 슈퍼 앱 개발자가 미니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다른 앱 개발자에게는 Apple의 인앱 결제(IAP)를 직접 사용하는 것 외에는 인앱 결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앱(CGA): CGA는 클라우드에서 복잡한 컴퓨팅을 수행하여 최신 iPhone 하드웨어에 대한 사용자의 의존도를 낮추고 사용자가 더 저렴한 하드웨어를 갖춘 스마트폰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애플 사의 정책에 따르면 i) 개발자가 각 게임(및 해당 업데이트)을 독립형 앱으로 애플 사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고, 사용자는 각 게임에 대해 클라우드 스트리밍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다운로드해야 하며, ii)애플 사는 개발자에게 애플 사의 독점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요구하여 개발자가 사실상 iOS 전용 버전의 CGA를 구축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합니다.
API 액세스 거부
메시징: 소장에서는 애플 사가 SMS 메시지용 API에 대한 액세스를 제한하고, iPhone이 아닌 메시지를 녹색으로 표시하며, iPhone 카메라에 대한 액세스를 차단하거나 성능을 저하시키는 등 iPhone에서 타사 메시징 앱의 기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애플 사는 크로스 플랫폼 기술(RCS)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장에서는 애플 사가 결국 해당 지원을 실질적으로 진행하지 않았으며, 계획상으로도 이미 오래된 2019년 버전만 지원할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소장에 따르면 애플 사는 사용자가 타사 스마트워치 및 Android 휴대폰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i) Apple Watch와 Android 기기 간의 호환성을 차단하고,4) iPhone과 타사 스마트워치와의 호환성을 제한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플 사는 또한 iPhone과 타사 스마트워치 간의 블루투스 및 셀룰러 연결 품질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디지털 지갑: 애플 사의 디지털 지갑인 Apple 월렛은 Apple Pay를 통합하고 iPhone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술을 사용하여 tab-to-pay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 소장에 따르면 타사 디지털 지갑은 iPhone NFC 칩에 액세스하거나 인앱 결제에 사용할 수 없으며, 은행은 Apple Pay 거래에 대해 Apple에 프리미엄(0.15%)을 지불하는 반면, 삼성/구글 거래는 발행 은행에 무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타 행위
이 소장에는 애플사가 사용자의 iPhone 전환을 저해하는 하기와 같은 기타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타사 경쟁업체를 비하하고 사용자를 FaceTime, Safari(모든 브라우저가 Apple의 렌더링 엔진 WebKit을 사용해야 함), 클라우드 스토리지(iCloud), 음성 비서(Siri) 같은 Apple의 서비스로 유도하는 행위;
Apple 월렛을 통해 사용해야 하는 디지털 키와 같은 크로스 플랫폼 기술 약화; 그리고
자체 구독 서비스(음악, TV, 뉴스, 게임, 피트니스)를 제공하여 iPhone 사용자의 전환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사용자를 플랫폼에 묶어두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개발자가 iPhone 사용자에게 App Store 외부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독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
애플 사 행위의 효과
법무부는 애플 사의 행위가 사용자들이 타사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앱, 혁신 및 기술을 억제함으로써 경쟁 프로세스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법무부는 경쟁이 줄어들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혁신이 줄어들고, 제품의 품질이 저하되며, 소비자 가격이 상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애플이 앱 수수료와 수익 배분 요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3자로부터 독점적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불리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선택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소장에 따르면 애플 사의 행위의 누적적 효과는 사용자, 개발자 및 기타 제3자를 희생시키면서 스마트폰 독점을 유지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소제기가 가지는 의미
원고들은 이번 소송을 통해 반경쟁적 피해에 대한 보상 및 경쟁 상황의 회복을 위해 “선언적 구제 및 금지 명령”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애플 사의 행위를 반경쟁적 위법 행위로 정의하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위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이미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소를 제기한 바 있으며, 해당 소송결과에 따른 행정명령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행위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졌습니다. 법무부는 이번 소를 제기하면서, 기술기업에 대한 법무부의 초기 집행 노력을 언급하며 해당 마이크로소프트사 대상 소송을 통해서 애플 사가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보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애플 사가 마이크로소프트사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유사한 관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특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애플이 실질적으로 독점적 행위를 하는 점에 대해 판결 및 행정명령을 통해 제재를 하게 된다면 웃는 것이 소비자일지, 경쟁사일지가 관건입니다. “보안”을 이유로 애플 사의 기기들이 모두 lock-in되어 한번 애플 사 제품을 사용하면 다른 기기들도 애플 사 것으로 바꾸게 되는 소비 사이클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편의성과 효율성 제고를 통해 소위 “앱등이” (애플 사 기기에 충성하는 고객군 별명)가 사라질 날이 올 것인지 두고 볼 일입니다.